[강대호 칼럼니스트]슬롯사이트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지난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슬롯사이트 멤버들이 이같이 밝혔다. 다만 소속사인 어도어 측과 합의한 사항은 아니다. 그러니 일방적 통보라고도 할 수 있다. 계약 해지 여부는 계약서에 근거하고 양 당사자가 합의해야 하는데 그간의 상황을 보면 쉬운 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슬롯사이트의 기자회견은 11월 13일 어도어 측에 보낸 내용증명의 후속 조치다. 멤버들은 내용증명에서 ‘14일 이내에 전속계약의 중대한 위반 사항을 모두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28일이 그 기한이었다. 그러니 슬롯사이트의 전속계약 해지 선언은 내용증명을 통해 요구한 시정 사항들이 조치가 되지 않았다며 실행에 나선 것이다.
슬롯사이트 사태 주요 타임라인
대중들에게 슬롯사이트와 소속사 간의 갈등이 알려진 건 지난 4월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관련한 의혹이 알려지며 비롯됐다.
4월 22일, 하이브 측은 어도어 경영진이 슬롯사이트서 등 대외비인 내부 자료를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어도어의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탈 하이브’ 및 ‘어도어에 대한 경영권 탈취’를 위한 것으로 판단하며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신동훈 부대표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4월 25일, 하이브 측은 민희진 대표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슬롯사이트고 주장슬롯사이트. 그러며 물증도 확보슬롯사이트며 카카오톡 대화록 일부와 중간감사 결과를 발표슬롯사이트.
같은 날 오후 민희진 대표는 긴급 기자 간담회를 자청슬롯사이트. 135분간 이어진 간담회에서 민희진 대표는 그간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근거 없는 음해라고 해명하며 억울하다는 심정을 밝혔다. 민 대표는 격양된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내 화제를 모았다.
5월부터는 각종 법적 절차가 이뤄졌다. 5월 7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5월 18일에는 슬롯사이트 멤버들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멤버들이 처음으로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슬롯사이트의 부모들 또한 변호인을 선임하며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6월과 7월에는 하이브 측의 반격이 있었다. 6월 23일 한 매체가 어도어 측이 쏘스뮤직으로부터 슬롯사이트 멤버들을 빼앗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 슬롯사이트 멤버 일부는 쏘스뮤직 소속이었다. 어도어 측은 해당 기사 내용은 허위라고 밝히며 매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쏘스뮤직 측 또한 어도어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법적 대응 계획을 밝혔다.
언론 대응과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하이브와 어도어 간 회사 내부 분쟁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결국, 8월 27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는 해임됐고 김주영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슬롯사이트 멤버들이 전면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9월 11일, 슬롯사이트 멤버들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의견을 밝혔다. 영상에서 멤버들은 ‘하이브의 경영진 교체와 부당한 대우로 인해 팀의 색깔과 작업물이 침해되고 있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9월 25일까지 ‘민희진 전 대표를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기점으로 슬롯사이트 멤버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10월에 접어들며 슬롯사이트 사태는 정치권에까지 파장을 끼쳤다. 10월 15일 김주영 어도어 대표와 슬롯사이트 멤버 하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사용자로서 회사를 질책하고 노동자로서 아이돌을 격려하는 자리가 되었지만, 정치권이 이슈몰이 용도로 연예인을 불렀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10월 17일에는 민희진 전 대표가 슬롯사이트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었지만, 10월 25일과 28일에 하이브의 내부 보고서가 외부에 알려지며 논란이 더욱 확대되었다.
한 언론이 입수한 해당 문건에는 대형 기획사는 물론 중소 기획사에 소속된 아이돌에 대한 외모 품평, 사생활 논란, 바이럴 마케팅 의견 등이 담겨있는 게 드러났고, 이 중 일부가 공개되었다. 슬롯사이트에 관한 언급도 포함되었는데 결과적으로 하이브의 슬롯사이트에 대한 차별 혹은 괴롭힘 의혹이 더 커졌다.
이 내부 보고서의 내용이 도화선이 된 듯, 11월 13일 슬롯사이트 멤버들은 최후통첩이 담긴 내용증명을 어도어 측에 보냈다. 11월 20일에 민희진 어도어 사내이사는 그 직에서 사임했다.
그렇게 11월 28일, 슬롯사이트 멤버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어도어 측이 내용증명을 받은 후 14일이 지났는데도 요구된 시정 사항을 조치하지 않은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해지 선언으로 전속슬롯사이트이 해지 될까
슬롯사이트 멤버들은 28일의 기자회견에서 소속사인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29일 0시부터 해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연예인의 전속계약 해지는 계약서에 명시된 전속 기간이 만료되는 것 외에는 합의 또는 법원에서 정하게 된다. 슬롯사이트의 경우는 계약기간 만료도 아니고 합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법적 분쟁 과정을 거쳐야 할 게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여러 걸림돌이 있겠지만 크게 세 개의 이슈가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는 계약 해지가 일방적 선언으로 가능할까, 하는 사안이다. 슬롯사이트와 어도어의 관계는 전속계약서에 의한 관계이니 계약서에 명시된 해지 사항에 준해야 가능할 것이다. 지난한 합의 과정 혹은 법률 다툼이 있을 게 분명하다.
만약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위약금이 다음 걸림돌로 도출될 것이다. 그런데 슬롯사이트 멤버들은 28일의 기자회견에서 ‘(슬롯사이트는) 전속계약을 위반하지 않았으므로 위약금을 내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귀책 사유가 어도어 측에 있으므로 그렇다는 주장인데 연예인 전속계약서 관련 조항의 무게는 그리 가볍지 않다. 결국,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슬롯사이트 멤버들이 어도어를 떠날 수 있고, 다른 회사 소속으로 활동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슬롯사이트’라는 팀명을 쓸 수 있을까, 하는가가 세 번째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부정적이다. 다른 팀명으로 활동하는 ‘비스트’나 ‘여자친구’를 보면 그렇다. 슬롯사이트 멤버들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니엘은 “슬롯사이트라는 이름을 위해 싸우겠다.”며 “이름이 어떻게 되든 슬롯사이트 네버 다이(NewJeans Never Die.)”라고 말했다.
한마디로슬롯사이트는 소속사인 어도어와 그 모회사인 하이브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28일 기자회견은 계약 해지 선언뿐 아니라 이제 전쟁을 시작할 거라는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슬롯사이트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일각의 예언처럼 하이브의 창고에 (계약만 유지한 채 활동 없이 방치시킨다는 의미에서) 수납되어 있을까, 아니면 전속계약의 굴레를 떨치고 나온 전사의 이미지로 재탄생한 (어쩌면 새로운 이름의) 슬롯사이트가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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