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비상계엄과 ‘유파라오 슬롯’ 결방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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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비상계엄과 ‘유파라오 슬롯’ 결방의 상관관계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12.07 20:23
  •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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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가 해제됐다. 단 몇 시간의 진동이었지만 시민들의 평범했을 일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우선은, 평소 뉴스를 멀리하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뉴스를 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10시 30분경부터 지상파와 종편에서 뉴스 특보가 이어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계엄 포고령에서 보듯 일상이 더는 일상이 아닐 수도 있어 사람들은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에 눈과 귀를 모을 수밖에 없었다. 계엄령이 해제되고 4일 밤까지도.

원래 편성된 파라오 슬롯들이 결방된 자리를 뉴스 특보와 계엄령 관련 파라오 슬롯이 메운 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렇게 4일에 결방된 대표적 프로그램이 MBC의 파라오 슬롯;라디오스타와 SBS의 파라오 슬롯;골 때리는 그녀들, 그리고 TV조선의 파라오 슬롯;미스 쓰리랑과 MBN의 파라오 슬롯;나는 자연인이다 등이다. 모두 해당 방송사의 수요일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었다.

그런데 조금은 갸우뚱하게 만든 결방 소식도 들렸다. tvN의 파라오 슬롯;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결방되고 예정됐던 회차는 한주 순연하기로 했다는 공지였다. 의아한 건 tvN이라는 방송국은 뉴스를 편성하는 종편이 아니란 사실이다. 주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파라오 슬롯;유퀴즈 또한 예능 프로그램이고, tvN은 물론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수요일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결방했다. 그것도 명쾌한 결방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서. 언론들은 이를 두고 비상계엄에 따른 영향이라는 기사들을 내보냈지만, 어떤 영향이었는지는 분석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몇 가지 가설을 통해 파라오 슬롯;유퀴즈가 왜 결방됐는지 그 행간을 헤아려 볼 수밖에.

가설 1. 타 방송사 특보에 밀려 파라오 슬롯;유퀴즈가 대중들에게 외면받을까봐

파라오 슬롯;유퀴즈는 원래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의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형식으로 출발했다. 그때가 2018년이었는데 시청자와 소통한다는 콘셉트가 신선한 데다 재미와 감동까지 있어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을 거치며 스튜디오 토크쇼 방식으로 전환되고, 게스트도 홍보 이슈가 있는 연예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래도 안정적 인기를 누리며 네 번째 시즌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결방됐다? 혹시 완성도나 출연진 문제인가 했지만, 그런 사유는 아니었다. 오히려 방송사 측은 이번 회차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까지 했다. 지난 4일 파라오 슬롯;유퀴즈에 출연하기로 한 연예인은 ‘로제’였다. 브루노 마스와 파라오 슬롯;APT.를 불러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바로 그녀.

유파라오 슬롯 측이 로제를 섭외하고 싶다는 의지 표명부터 이슈가 되었다. 이후 섭외가 확정되고 녹화 완료된 소식까지 연예 미디어의 주요 뉴스가 되었다. 4일에 방영 확정이라는 소식 또한 중요한 뉴스가 된 건 물론이었고.

그런데 하필 전날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몇 시간 후 해제되었지만, 4일 내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공론장은 계엄 이슈가 장악했다. 이웃 채널이기도 한 지상파와 종편 또한 종일 계엄령 선포와 해제, 그리고 이후 정국을 다루는 특보 체제가 이어졌다.

이 지점에서 tvN 측의 고민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사안이 워낙 엄중해 파라오 슬롯;유퀴즈를 기다리던 대중들의 관심과 선택은 계엄 관련 프로그램으로 옮겨갈 게 당연해 보였으니까. 그래서 공들여 준비한 ‘로제’ 에피소드가 그냥 그렇게 허무하게 묻힐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솔솔 피어올랐을 것이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파라오 슬롯;유퀴즈 결방을 결정하는 한편 그 자리에 다른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편성하게 되지 않았을까. 물론 방송사 측은 그 사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서 추론해 본 가설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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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시절 '유파라오 슬롯'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제공=tvN

가설 2. 윤 대통령의 과거 파라오 슬롯;유퀴즈 출연 관련한후폭풍이 있을까 해서

파라오 슬롯;유퀴즈와 비상계엄의 연결 고리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다. 당선인 시절이었던 2022년 4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은 파라오 슬롯;유퀴즈에 출연했다.

대중들은 4월 13일경 윤석열 대통령의 파라오 슬롯;유퀴즈 출연 소식을 신문 기사로 접했다.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의 출연을 항의하는 글이 1만 건 이상 달렸다. 정치인 출연이 프로그램 취지에 맞느냐는 지적이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 출연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에 응한 tvN은 물론 모회사인 CJ를 향한 비판도 쏟아졌다.

비난 속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출연분을 내보냈는데 평소 파라오 슬롯;유퀴즈 분위기와 다른 밋밋하고 재미없는 방송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작진의 고민이 편집으로 표출된 지점이었다.

하지만 시청률이 다소 내려갔고 젊은 시청자층이 떠나는 계기가 되었다. 진행자 유재석을 향한 비난으로도 이어져 파라오 슬롯;유퀴즈로서는 뼈아픈 기억이 되었을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지상파에서도 있었다. SBS의 파라오 슬롯;TV 동물농장에서였다. 2001년에 첫 방송을 시작해 일요일 오전을 대표하는 이 프로그램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2023년 5월 28일 방송의 은퇴한 시각 장애인 안내견을 소개하는 코너였다. 아무런 예고도 없었는데 돌연 등장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한편 놀라게 했다.

이 꼭지의 선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비판이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안내견 이슈는 묻혀버렸고 정치인 홍보에 안내견과 인기 파라오 슬롯을 이용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런 코너를 제작하고 내보낸 방송국도 비난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는 파라오 슬롯;TV 동물농장을 사랑해 온 오랜 시청자층 일부가 떠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더는 선하고 순수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오명까지 얻게 되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파라오 슬롯;유퀴즈에 출연한 다음 주에 제작진은 방송 끝자락에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의 영상을 내보냈다. 시청자들은 이를 윤석열 대통령 출연에 대한 제작진의 항의로 여겼다. 끝까지 저항하지 못했다는 자괴감도 느껴졌다.

그래서 트라우마로 남았을까. 아니다. 방아쇠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비상계엄 정국 상황에서 파라오 슬롯;유퀴즈를 본다면 어쩌면 그때 그 윤석열 대통령을 떠오르게 하는 방아쇠가 될지도 모른다고.

물론 모를 일이다. 후폭풍이 있을지 없을지는.

가설이 무슨 소용, 방송국은 그저 시류를따를 뿐인데

tvN 측은 어쩌면 단순히 돈을 따졌을지도 모른다. 규모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로제’를 섭외하려고, 혹은 로제가 출연한 특집을 제작하려고 평소 규모와 다른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이를 빌미로 광고를 유치했을 텐데 세상의 눈과 귀가 비상계엄에 쏠려 있다면 방송사 측으로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어쩌면 ‘일 보 후퇴’가 최선일지도 모른다. 한주 그대로 순연하고는 계엄 정국이 잘 마무리되길 바라면서.

비상계엄은 이렇듯 방송사는 물론이고 국민의 뇌리에 뚜렷한 각인으로 남게 되었다. 정치인과 군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우리의 자유를 억압할 수도 있다는 걸 교과서가 아닌 직접 겪은 체험으로 깨닫게 했다.

아주 오래전 눈과 귀와 입을 막고 살아야 했던, 독재자가 군림하던 시절의 좌절감이 떠오른 최근며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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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진 2024-12-09 10:39:39
무지한 백성이 사악한 자를 국가의 리더로 잘못 선출한 댓가를 치르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