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머신 규칙](/news/photo/202406/101098_73458_245.png)
[강대호 칼럼니스트] <존 오브 인터레스트(Zone of Interest)는 2024년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슬롯 머신 규칙상’과 ‘음향상’을 받았다. 또한 77회 영국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슬롯 머신 규칙상’과 ‘음향상’, 그리고 ‘작품상’을 받았다. 그 외 여러 나라의 비평가상을 받은 화제의 슬롯 머신 규칙다.
홀로코스트가 소재인 이 슬롯 머신 규칙는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작품이다. 유대인이기도 한 그는 ‘비인간화’가 어떤 비극을 일으켰는지 담담하게 그려냈다. 오래전에 벌어졌던 참극의 현장을 엿보게 하지만 오늘날을 떠올리게 하는 슬롯 머신 규칙이기도 하다.
진실은 담장 너머로 들리는 소리에
제목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Zone of Interest)’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반경 40m 안의 주변 지역을 뜻한다. 즉 이 슬롯 머신 규칙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배경으로 했다. 특히 수용소 소장의 관사가 주요 배경이다. 유대인 수용소는 관사 담장 너머로 보이는 건물들 상층부와 더 멀리 보이는 몇 개의 높은 굴뚝 정도만 나온다.
다만 이곳이 유대인 학살이 벌어진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라는 사실은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슬롯 머신 규칙 곳곳의 장면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슬롯 머신 규칙 내내 들려오는 수용소 너머의 소리로 그곳에서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 슬롯 머신 규칙는 시작부터 소리의 대비를 들려준다. 전혀 다른 두 톤의 음향이 섞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두 개의 곡을 동시에 연주하는 것 같은 불협화음이다. 극명한 대비를 표현한 슬롯 머신 규칙라는 걸 암시하는 듯했다.
홀로코스트가 소재인 이 슬롯 머신 규칙에는 잔혹한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상만으로는 부유하고도 평화로운 가정이 등장한다. 그리고 부부와 다섯 자녀의 단란한 모습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들 가족의 일상생활 너머로 들리는 소리는 전혀 평화롭지 않다.
슬롯 머신 규칙 내내 특정할 수 없는 기계음이 들린다. 마치 뭔가를 가리려는 소음 같기도 하다. 그 소음 너머로 고함이 들리는가 하면 총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런데 총소리가 울려도 이들 가족은, 특히 아이들은 하던 놀이를 멈추지 않는다. 보통 사람이라면 움찔했을 텐데 아마도 이 아이들은 총소리에 적응한 모양이었다.
유대인 학살이 자행되는 현장을 느낄 수도 있다. 어느 밤, 군중의 흐느낌과 비명이 멀리서 들려오고 유리창으로 붉은 섬광이 비친다. 그 순간 비명은 비참하면서도 처절하게 울리다 사라진다.
그런데 담장을 경계로 슬롯 머신 규칙 소장의 관사는 평화롭기만 하다. 소장 부인은 슬롯 머신 규칙 담장을 가리기 위해 꽃을 심었다고 했다. 3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는데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며 뿌듯해했다.
정원 한편에는 미끄럼틀이 놓인 수영장이 있는데 어느 날 그곳에서 파티가 벌어진다. 아이들의 환한 웃음소리 너머로 슬롯 머신 규칙의 회색 건물이 보이고 옅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굴뚝들이 보인다. 그리고 유대인들을 실었을 기차가 지나가며 뿜어내는 연기도 보인다.
그들은 방관자였을까 가담자였을까
슬롯 머신 규칙의 주인공은 회스 중령과 그의 부인이다. 그런데 회스 중령은 실존 인물이다. 1940년 5월부터 1943년 11월까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소장을 지낸 ‘루돌프 프란츠 페르디난드 회스’ 나치 친위대 중령이 바로 그다.
그리고 이들 부부의 다섯 자녀도 비중 있게 등장한다. 인터넷에는 회스 중령의 가족사진이 돌아다닌다. 온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이나 자녀들이 정원이나 수영장에서 노는 모습이다. 슬롯 머신 규칙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회스 중령의 가족은 슬롯 머신 규칙 관사의 생활을 만끽한다. 점령지인 폴란드의 여성 여럿이 가정부나 보모로 일하고, 슬롯 머신 규칙의 유대인들이 정원을 가꾸고 집을 관리한다.
무엇보다 중령의 부인은 화려하고 풍족한 관사 생활이 행복한 모양이다. 그의 친정어머니가 방문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슬롯 머신 규칙;아유슈비츠의 여왕’이라 부른다고 자랑할 정도로.
그러니 남편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받았을 때 분노했을 것이다. 여왕인 그녀에게는 왕궁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유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그녀는 남편 혼자 부임하라고 강요하기까지 한다.
회스 중령은 충직하게 보이는 인물로 등장한다. 가족에게 자상한 아버지이며 남편이고, 무엇보다 조직에서 인정받는 관리자의 모습이다. 상부에서는 그가 제안한 새로운 소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슬롯 머신 규칙;회스 작전’이라 명명까지 하며. 물론 부정 축재와 부적절한 성적 관계가 암시되기도 한다.
회스 중령이 자기 직무에 얼마나 몰입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고위층이 모인 파티장에서 그 공간에 가스를 채우려면 얼마나 걸릴까 하고 공상까지 할 정도다.
그의 자녀들은 어땠을까. 아마도 자기네 집 담장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고 있던 걸로 보인다. 아들은 수용소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흉내 내거나 유대인을 처벌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혼잣말로 슬롯 머신 규칙;다음엔 그러지 마요’라고 반응한다. 잠자리에 드는 걸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이 여러 장면에서 나오기도 한다. 밤이면 소음이 더욱 구체적으로 들려서 그랬을까.
부인은 남편이 하는 일을, 그리고 담장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폴란드인 가정부에게 "남편에게 말하면 너를 재로 만들어 줄 수 있다"며 화를 냈다.
담장 너머의 현실에 눈감아버리는 현대 사회
방관자이면서 가담자이기도 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등장인물들을 보며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알려진 개념이다. 슬롯 머신 규칙 속 수용소 소장들의 회의 장면에서도 ‘아이히만’의 이름과 그가 주도한 유대인 이송 작전이 언급된다.
아이히만이 조직 내에서 주어진 직무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듯 슬롯 머신 규칙 속 회스 중령 역시 자기 직무를 충실히 해내는 인물로 표현되었다. 다만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일상처럼 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죄의식 없음을 글레이저 감독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통해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평범해 보이는 인간이 저지른 ‘비인간화’라는 악(惡)
![슬롯 머신 규칙](/news/photo/202406/101098_73459_2714.jpeg)
한편으로 슬롯 머신 규칙의 주요 배경인 수용소와 관사 사이에 쳐진 담장이 현대 사회의 개인과 개인 사이, 혹은 개인과 사회 사이의 단절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느껴졌다. 나만의 담장 안에 갇혀 사는 현대인이 담장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전혀 관심 없는 모습으로 읽혔달까. 금전적 손해, 혹은 참지 못할 소음이나 악취 정도에나 반응하는.
어쩌면 회스 중령의 부인은 담장 너머로 흘러들어오는 냄새를 막기 위해서 정원의 꽃에 집착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냄새는 단절된 현대 사회를 상징하기도 한다. 고립사, 혹은 고독사가 발견되는 계기는 시신이 부패해가는 냄새를 참지 못한 이웃의 신고에서 비롯되니까.
역사 속 회스 중령은 중대 전범으로 기소되어 사형을 선고받았고, 1946년 그가 소장으로 있었던 아우슈비츠에서 교수형이 집행됐다. 역사를 보면 악인들은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교훈이 있지만, 이들이 가졌던 슬롯 머신 규칙;비인간화’의 모습은 지금도 계속되는 걸로 보인다. 평범한 모습으로 보이는 가면을 쓰고서.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