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무역질서를 쥐락펴락 하고 있다. 지난 1월20일(이하 현지시간) 취임과 동시에 고율 슬롯 사이트 카드를 꺼내 든 트럼프 대통령은 슬롯 사이트 대상국과 발효 시점, 추가 슬롯 사이트 부과 가능성 등을 수시로 언급하며 세계 각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3월4일부터는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의 수입품에 고율 슬롯 사이트가 발효됐다. 이에 상대 국가들 또한 보복 슬롯 사이트로 대응하면서 사실상 무역 전쟁이 발발했다는 평가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동맹국에도, 이웃국가에도 자비없는 슬롯 사이트 전쟁을 펼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강조해온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율 슬롯 사이트 부과에 상대국도보복 대응...무역전쟁 발발

미국이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한 제품에 25% 슬롯 사이트를 부과하고,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에는 지난달 10%에 이어 10%의 추가 슬롯 사이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기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 협정(USMCA)에 따라 슬롯 사이트를 적용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슬롯 사이트 카드를 내밀었다.

중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행정부 당시부터 25%의 슬롯 사이트를 부과해왔다. 지난달 10%에 이어 이날부터 10%의 추가 슬롯 사이트가 부과되면서 최대 45%의 슬롯 사이트를 적용받게 된 것이다.

상대국들은 일제히 강하게 반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슬롯 사이트에 대해 "어리석은 짓"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캐나다가 300억캐나다달러(약 30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 슬롯 사이트를 즉각 부과한다고 밝혔다. 또 슬롯 사이트 부과가 지속될 경우 21일 후 추가로 1250억캐나다달러(약 125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슬롯 사이트를 시행할 것을 예고했다.

트뤼도 총재는 "그(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캐나다 경제가 완전히 붕괴해 우리를 합병하기가 더 쉬워지는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 51번째 주(州)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캐나다 주지사라 부르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폄하한 바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결정에 슬롯 사이트·비슬롯 사이트(투트랙) 조처로 맞대응한다"며 "오는 9일 슬롯 사이트를 부과할 구체적인 품목을 연설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9일 연설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계획이라고 언급,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중국 또한 오는 10일부터 닭고기와 밀, 수수, 대두 등 일부 미국산 농축산물에 10~15%의 추가 슬롯 사이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미국 방산업체 10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해 중국과의 수출입 및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하고, 다른 15개 미국 업체에 대해 이중용도 물자 수출 또한 금지했다. 해충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미국산 원목 수입도 중단했다.

상대국들의 강한 맞대응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캐나다가 보복 슬롯 사이트를 부과하면 상호슬롯 사이트가 같은 양만큼 즉시 증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곳곳서 비판 목소리...미 경제도 타격 불가피

거침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슬롯 사이트 협박과, 이에 대한 상대국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는 등 사실상 무역 전쟁이 격화된 가운데, 미 현지 언론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해 명확한 근거없이 슬롯 사이트를 부과해 미 경제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는 무역 전쟁을 촉발했다"며 "대통령 임기 내 가장 큰 도박 중 하나를 일으켰다"고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슬롯 사이트 정책으로 미 경제가 새로운 시대를 걷게 됐다"며 "슬롯 사이트 정책은 미국과 두 최대 무역 파트너 간 관계를 크게 재편할 가능성이 있고, 전체 산업을 혼란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또한 무역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트머스 대학교의 더글라스 어윈은 "고율 슬롯 사이트 정책은 미 역사상 거의 전례가 없는 무역 긴장의 고조를 의미한다"면서 "슬롯 사이트가 이토록 많이 인상된 수입품은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슬롯 사이트 정책이 슬롯 사이트 부과 대상국의 경제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미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예일대 예산연구소(TBL)에 따르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이 미국 상품에 대해 보복 슬롯 사이트를 부과할 경우 향후 1년 동안 전체 소비자 물가는 1.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소비 지출이 감소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에버코어 ISI 전략가들의 경우 올해 GDP가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경기 둔화와 동시에 물가 상승이 결합할 경우 경기 예측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슬롯 사이트 철폐하더라도 불확실성 여전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슬롯 사이트 카드를 협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임기 내내 무역 전쟁이 아닌 펜타닐 단속 강화와 미국산 제품 구매 및 투자 여부"라며 "일부 슬롯 사이트는 현실화하겠지만, 슬롯 사이트의 목적은 여전히 협상의 우위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슬롯 사이트 카드를 내밈과 동시에 협상 가능성 또한 열어두고 있다.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은 4일 트럼프 행정부의 멕시코 및 캐나다 제품에 대한 슬롯 사이트 타협안이 빠르면 곧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슬롯 사이트 정책이 빠르게 폐기된다 하더라도 슬롯 사이트 불확실성이 수시로 등장할 수 있는 만큼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드 리티스는 "슬롯 사이트가 철폐된다 하더라도 성장에는 계속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대부분의 소비자가 여전히 긴장하고 있고 이러한 불확실성이 실제로 가장 큰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슬롯 사이트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WSJ에 따르면, 캔자스시티 연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지금은 제조업체에 불확실한 시기"라며 "사업 계획을 세우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매체는 "ISM 2월 제조업 보고서에서도 '슬롯 사이트와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고객들이 신규 주문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며 '슬롯 사이트와 관련한 명확한 방향이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는 불만이 가득했다"고 전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포드 자동차를 비롯해 타겟 등 유통업체, 치폴레 멕시칸 그릴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 등도 향후 가이던스를 제시하면서 슬롯 사이트 관련 부담을 토로했다.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의 트래비스 토카는 "슬롯 사이트는 명확하지 않은 방식으로 복잡한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 효과를 창출한다"며 "이로 인해 정확한 제품이나 가격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언급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슬롯 사이트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열망했던 물가 안정의 꿈을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베팅은 미국이 경제적으로 강력하고, 국제 상거래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슬롯 사이트 카드로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3년간 인플레이션으로 타격을 입고 현재 성장 둔화에 직면한 미국 경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또한 자유롭지 못해...수출 둔화 불가피

트럼프의 슬롯 사이트 정책에 한국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수십년간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놓여왔다고 주장하며 불공정 무역의 사례 중 하나로 한국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에 군사적인 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음에도 한국의 평균 슬롯 사이트가 미국보다 4배나 높다고 지적, "이런 시스템은 미국에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 중 8위를 차지하고 있고, 무역적자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라며 "한국의 총 수출 중 G2향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만큼 글로벌 무역 분쟁이 격화되는 동안 한국 수출 경기 둔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