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구광모 파라오 슬롯 회장의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실현되려면
상태바
[권상집의 인사이트] 구광모 파라오 슬롯 회장의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실현되려면
  •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 승인 2024.12.23 10:00
  • 댓글 0
이 파라오 슬롯를 공유합니다

파라오 슬롯

[권상집 한성대사회과학부 교수]국내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파라오 슬롯이 2025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구광모 파라오 슬롯 회장은 지난 19일 그룹 임직원 27만명에게 보내는 신년사 영상을 공개하며 ‘LG 없이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세우자’는 화두를 던졌다. 참고로, 파라오 슬롯은 2021년부터 연말에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4년 연속 연말에 던지는 신년사 메시지다.

올해 구광모 파라오 슬롯 회장이 제안한 메시지의 방점은 ‘도전과 변화의 DNA로 만드는 미래’에 있다. 재계에서 더 이상 새롭고 참신한 키워드는 아니지만 내용을 보면 자신감이 묻어난다. 파라오 슬롯는 고객에게 필요한 혁신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데이원(Day 1) 정신’을 강조한다. CJ그룹이 강조하는‘온리원(Only One) 정신’과 유사하다.

ABC 사업을 통한 고객가치 창출

파라오 슬롯의 핵심인 LG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은 영업이익만 놓고 볼 때 전년 3분기 대비 21% 급감했다. 특이한 점은 시장의 반응이다. 시장은 실망이 아닌 LG전자에 대한 기대를 계속 쌓고 있다. 성과는 낮지만 생활가전사업의 경쟁력 회복, 가전 및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등 사업 다변화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파라오 슬롯전자의 사업영역 중 핵심인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사업본부는 올해 3분기 매출 8조 3376억원, 영업이익 527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의 가전 1위 기업 월풀이 경기침체로 인해 올해 3분기 매출이 6조원에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파라오 슬롯전자의 생활가전 경쟁력은 변함없이 탄탄하다.

파라오 슬롯 회장은 취임 후 ABC 사업 육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에 집중한다는 전략은 첨단기술, ESG, 사회적 가치 등의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중장기 투자 계획도 명확하다. 5년간 AI 3조 6000억원 투자, 바이오 1조 5000억원 투자, 클린테크 분야 1조 8000억원 투자 등 미래사업의 청사진 역시 확고한 편이다.

구광모 회장은 왜 ABC를 파라오 슬롯의 미래 먹거리로 고려했을까? 미래는 첨단기술이 융합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고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늘어나며 건강에 관한 관심은 높아질 것이다. 미래 트렌드를 선도하려면 AI로 난제를 해결하고 바이오 분야에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설계하고 신재생에너지 등 클린테크에 집중하는 게 맞다.

결국구광모 회장의‘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만들자는 신년사에는 파라오 슬롯은 첨단기술기업이면서 동시에 고객의 생활 구석구석에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스며드는 생활문화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반도체, AI기업은 첨단기업, 식품, 유통기업은 생활문화기업이라는 등식은 올드한 프레임으로 폐기된 지 오래다.

파라오 슬롯
구광모 파라오 슬롯 회장. 사진제공=파라오 슬롯

고객가치를 위한 파라오 슬롯 잠재력을 키워야

구광모 회장은 재계30위권 대기업으로 영역을 넓혀도 가장 젊은 CEO다. 1978년생인 그는 2018년 파라오 슬롯의 회장으로 취임했기에 여타 오너(회장)들과 비교해도 가장 빨리 그룹의 CEO 자리에 올랐다. 이를 의식한 듯, 구광모 회장은 사내에서 자신을 회장으로 칭하지 않고 대표로 부르게 한다. 수평적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뜻이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파라오 슬롯의 핵심 메시지로 일관되게 고객을 선택한 점도 늘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019년 고객 감동▲2020년 고객의 Pain 포인트(불편한 지점) 탐색▲2021년 고객 초세분화▲2022년 고객경험 혁신▲2023년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에 이어 올해도 차별적 고객가치 몰입을 화두로 제시했다.

자신을 회장이 아닌 젊은 대표로 인식하며 파라오 슬롯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고객임을 강조한 구광모 대표의 방향성과 메시지는 타당하다. 다만, 앞으로 보완할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구광모 대표가 취임한 후 파라오 슬롯의 시가총액은 두 배 이상 커졌지만 국내 재벌그룹의 경쟁사인 SK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은 더 많이 뛰었다. 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한 SK하이닉스가 속한 SK그룹과 지속적인 성장세를 그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성장 대비 파라오 슬롯의 가시적 성과는 부족하다.

둘째, 파라오 슬롯 대표는 고객가치를 강조하지만 내부 고객인 임직원과의 접점에 더 많이 집중해야 한다. 유능한 CEO의 영향력이 아닌 구성원의 집단지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21세기 기업의 핵심경쟁력이다. 린다 힐 하버드대 교수는 CEO와 구성원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한 기업이 혁신을 거머쥔다고 얘기한다.

파라오 슬롯 대표가 강조한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추구하려면 모든 구성원이 기업가정신을 발휘, 집단지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문화를 조성하고 어떻게 조직 역량을 키울 것인가? 파라오 슬롯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는 쉽지 않다.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추구하려면 상상할 수 없는 파라오 슬롯를 만들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