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머신권 조직 개편·시스템 구축 등 내부통제 강화에 분주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지난해 은행권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이어진 가운데, 금융회사의 대표이사(CEO) 등 임원들의 내부통제 관련 책무를 명확히 해 금융사고시 책임을 묻도록 한 '슬롯 머신'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에 시중은행은 내부통제 조직을 재정비하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며 신뢰 회복에 나선 모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10개 금융지주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포함한 54개 은행은 지난 2일 슬롯 머신 제출을 마쳤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시행된 시범운영 기간도 종료되면서 지난 3일부터 지주·은행 임원은 슬롯 머신에 기반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책무를 지게 됐다.
슬롯 머신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임원별 내부통제 관련 책무를 명확히 해 사고 발생시 책임 전가하는 사례가 없도록 한다는 취지다.
슬롯 머신를 제출한 금융회사는 대표이사가 내부통제 총괄 관리의무를 위반하거나 책무를 배분받은 임원이 내부통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신분제재가 가해진다. 본인의 책무와 관련해 내부통제 관리조치를 소홀히 한 경우 자기책임을 부담한다는 원칙에서다.
지주·은행부터 시작된 슬롯 머신 도입 시기는 업권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자산 5조원 이상 금융투자업자·보험사는 오는 7월 2일부터 시행하고, 5조원 미만 금융투자업자·보험사, 자산 5조원 이상 여신전문금융회사, 자산 7000억원 이상 상호저축은행 등은 2026년 7월 2일까지 슬롯 머신를 제출해야 한다.
5대 시중은행은 올해 슬롯 머신 시행에 발맞춰 내부통재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KB금융지주는 지난달 준법감시인 산하에 있던 본부급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의 소비자보호담당(C-level)으로 확대 재편하고, 지주 및 계열사 내부통제 조직의 부서명을 '준법추진부'로 일원화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책임감 있는 내부통제 체계 확립을 위해 책무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인 ‘KB책무관리실’을 신설했다. KB책무관리실은 준법감시인 산하에서 슬롯 머신 운영 및 점검 등 은행의 책무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슬롯 머신 기반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도입한 신한은행은 작년 초부터 슬롯 머신 기반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위해 TF를 구성하고 정교화 과정을 거쳐 슬롯 머신를 완성했다.
신한은행은 각 임원의 책무를 규정하는 슬롯 머신 외에도 본점 및 영업점 부서장들의 효과적인 내부통제 및 관리를 위해 ‘내부통제 매뉴얼’을 별도로 마련했다. 부서장에서 은행장까지 이어지는 내부통제 점검 및 보고를 위한 ‘슬롯 머신 점검시스템’도 도입해 임직원들의 점검 활동과 개선 조치들이 시스템 상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했다.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슬롯 머신은 윤리경영·경영진 감찰 전담 조직인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윤리적 기업문화 확립에 주력한다. 윤리경영실장에는 검찰 출신 이동수 변호사가 영입됐다.
또 우리은행은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실에 '슬롯 머신지원팀'을 신설했다. 정보보호본부와 자금세탁방지본부를 준법감시인 아래로 재배치하기도 했다.
하나슬롯 머신은 내부 법령통지시스템과 내규관리시스템을 통해 법규 및 내규를 임직원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내부고발 제도 활성화, 윤리강령 및 내부통제 교육 시행 등 부패방지 조직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받는 임원과 관련 본부 부서장을 대상으로 슬롯 머신 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슬롯 머신에 기반한 내부통제 관리 체계가 조기에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5대 시중슬롯 머신 중 처음으로 내부통제위원회를 꾸린 NH농협슬롯 머신은 올 상반기 내 업계 최초로 ‘NH금융윤리자격증’을 신설하고 직원들의 윤리의식 강화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또 내부통제시스템 개선 등 업무 프로세스 및 조직 문화 전반에 걸쳐 내부통제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강태영 신임 NH농협슬롯 머신장은 최근 취임사를 통해 "업무 재설계를 통해 모든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고 취약점을 전면 재정비하여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사고 제로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